스터디포스 - 독해력/사고력 수능최적화 훈련

아큐의 행장과 중국인들의 사고


고전제목 아큐정전 조회수 6414 작성일 2009-08-22 00:12:18
이 책의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아큐가 무슨 뜻인지, 정전은 또 무엇일지 ... 책 제목이 무척이나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 짧지만 긴 책을 읽고나니, 내가 처음 이 책과 마주했을 때의 조그마한 근심, 궁금증 이런 것들이 해결되었다. 아큐는 중국에 사는 한 아저씨다. 평범하지 않은, 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우리들과 비슷한 사고를 가진 아저씨다. (하하 결혼은 아직 안했으니 총각이라 해야하나?) 이 책의 서두를 읽어보면 알게되겠지만, 이 아저씨는 현실을 부정하고 정신적인 승리법으로 만족하는 공허한 영웅주의이자 패배주의자이다. 현실에서는 직업도 집도 없은 품팔이이며, 몇몇 사람들의 웃음거리인데, 그에게 있어서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다. 그러한 절대적인 사고는 그가 몇 번의 굴욕을 당하게끔 하고 그렇고도 그는 현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가 혁명당원으로 활동하여 미운 놈들을 처치하려는 일련의 생각도 아마 그런 공허한 영웅주의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상황은 흘러가고, 아큐는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혁명을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총살형을 당한다. 아큐는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하기에 무색할만큼 잘하는 것도 좋은점도 없다. 이야기의 전개도 조금 코믹하고, 마지막은 허무하다. 하지만 이 짧고도 허무한 책이 독자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메아리는 큰 것 같다. 이 글의 작가인 루쉰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썼기에,어쩌면 내가 어떤 메아리를 느꼈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중국인의 사회나 우리 한국의 사회 혹은 사고에 있어서 이 책은 전자 후자 할 것 없이 교훈을 주고 있다고 나는 본다. 현실을 바로 보고 깨닫지 못하며, 정신적인 개몽을 일구지 못하는 사람들, 민중들의 박제라 할 수 있는 아큐를 독자로도 하여금 비웃게 함으로서, 우리가, 상황에 맞서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비웃도록 작가는 의도한 것 같다. 작가는 중국민들이 신해혁명을 일구어내지 못한 것은 아큐와 같은 사고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즉, 우리가 아큐처럼, 우리 머리속에 내재되어 있는 허무맹랑한 영웅의식에 사로잡혀 개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루쉰은 지적한 것이다. 이 책이 가져다 주는 따끔한 교훈은 중국인들, 중국인들의 역사에게만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조롱을 놓는다. 스스로를 바로보지 못하고,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 단순하고도 몽환적인 사고 속에서 전전하고, 삶을 개혁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도 말이다.